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와 국내 대형 유통산업의 구조적 위기

 

서울회생법원은 3월 4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를 신속하게 승인하고, 사업 지속을 위한 포괄허가를 발령하였다. 이는 홈플러스가 '선제적 구조조정'을 목표로 법적 보호를 요청한 데 따른 조치로, 단순한 재무위기 극복을 넘어 경영 구조 전반의 개혁을 시도하는 전략적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유통산업은 급격한 디지털 전환과 소비 패턴 변화, 그리고 장기화된 경기 침체 등의 다층적 요인에 의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홈플러스의 사례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전통적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직면한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회생절차의 배경과 홈플러스의 경영상 도전과제

 

홈플러스는 1999년 설립된 국내 대표적 대형마트 기업으로, 대형마트(홈플러스), 슈퍼마켓(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온라인 쇼핑몰 운영 등 복합적인 유통사업을 전개해왔다. 2023년 기준 연 매출 약 6조 9,311억 원을 기록하며 19,5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나, 지속적인 시장 점유율 감소와 운영 비용 증가로 인해 재무적 압박이 심화된 상황이다.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신청은 지급불능 상태에 이르기 전 선제적으로 재무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최근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금융조달 비용 상승이 예상되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2025년 중반 이후 자금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따라 법원의 보호 하에서 금융채무를 재조정하고, 상거래채권에 대한 정상 변제를 지속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는 '기업 정상 영업 유지'를 전제로 한 회생 절차를 진행하여 시장 내 신뢰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온라인 유통 강자의 부상과 전통 대형마트의 경쟁력 약화

 

홈플러스의 경영난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유통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나타난 필연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 네이버의 '내일도착' 서비스 등 온라인 유통 플랫폼들은 물류 혁신과 AI 기반의 수요 예측을 통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대형마트의 경쟁력을 급격히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업체들은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체기를 겪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또한 홈플러스와 유사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점포 축소 및 온라인 유통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마트는 SSG닷컴을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부문을 강화하는 한편, 롯데마트는 디지털 혁신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배송 속도,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 등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며, 지속적인 매출 감소와 비용 상승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회생절차 이후 정상화 가능성 및 유통업계의 과제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와 함께 홈플러스는 '사업 지속을 위한 포괄허가'를 부여받아 영업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하였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 가맹점주, 직원들에 대한 대금 및 급여 지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회생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홈플러스가 유통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단순한 재무구조 개선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보다 근본적인 사업 모델 혁신이 필요하다. 또한,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지출이 위축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매출 감소 압력 역시 지속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온라인 유통 부문 강화를 위한 물류 혁신과 차별화된 소비자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기존 대형마트의 공간을 새로운 개념의 체험형 매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소비 패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변화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와 지속적인 혁신이 필수적이다.

 

전통시장과 중소 유통업체의 대응 전략

 

홈플러스의 사례는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중소 유통업체와 전통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전통시장은 정부 및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판로 개척, 물류 시스템 개선, 소비자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프라 투자 등이 시급한 과제이다. 예를 들어, 주차 공간 부족, 매장 환경 미흡 등 전통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아이템을 발굴하여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일부 전통시장은 자체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지역 기반 온라인 마켓과 협업하여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는 단순한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유통업계 전반이 직면한 근본적인 도전과제를 상징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으며, 유통 시장의 판도가 더욱 급격하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