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국내 산업의 건전한 경쟁 환경을 보호하고, 불공정 무역으로부터 시장을 지키기 위해 100일간의 대대적인 특별 점검을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덤핑방지관세 회피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것으로, 점검은 4월 14일부터 7월 22일까지 약 세 달간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 관세청은 ‘반덤핑 기획심사 전담반’을 구성해 집중 점검에 나선다.
관세청은 “최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의 강도 높은 무역 제재와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해 일부 제3국이 한국 시장으로 우회 수출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조국 위장, 저가 신고, 허위 품목번호 신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내의 덤핑방지 조치를 회피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전에 불법 행위를 차단하고 국내 산업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점검이 시작되었다.
H형강·합판 등 25개 주요 품목 정조준…전담 조직 총동원
이번 점검 대상은 총 25개 품목으로, 중국산 H형강, 베트남산 합판, 일본산 스테인리스 스틸바 등 산업적으로 중요한 수입 품목이 다수 포함된다. 관세청은 본청 공정무역심사팀을 중심으로 서울, 부산, 인천 지역세관에 총 4 팀을 배치해 총 38명의 전담반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체계적인 분석과 현장 단속을 병행해 탈루 가능성이 높은 우범 거래를 집중 점검한다.
주요 단속 유형으로는 ▲덤핑방지관세 미부과 국가를 경유한 우회 수출,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공급자 명의 도용,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품목번호나 규격으로의 허위 신고, ▲약속된 최저 수출가격 이상으로 가격을 조작한 수입 등이 있다. 이러한 방식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여 국내 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는 게 관세청의 판단이다.
“고발과 추징은 물론…강력한 법적 조치 예고”
관세청은 무역 통계, 수출입 거래 내역, 외환 흐름, 세관 신고 자료 등을 종합 분석하여 위법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선별하고 있다. 선별된 기업에 대해서는 정밀 세관조사를 통해 실질적인 탈세 행위 여부를 규명할 계획이다. 불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미납 세액을 즉시 추징하고, 중대한 위반의 경우 관세법에 따라 검찰 고발 등 형사처벌 절차도 병행한다.
이미 조사 단계에서 일부 기업의 탈루 사례가 적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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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중국산 H형강을 수입하면서 실제 거래 가격보다 높게 신고한 뒤, 가격 차액을 환불받는 방식으로 덤핑방지관세를 회피하여 약 104억 원의 관세를 포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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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는 일본산 스테인리스 제품을 신고하면서 세율이 낮은 품목으로 분류해 관세를 회피하려다 적발돼, 2.7억 원의 세금이 추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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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사는 베트남산 합판을 고의로 다른 목제품으로 허위 신고하며 16회에 걸쳐 밀수입을 시도했고, 총 2억 원에 이르는 세액을 탈루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관세청 손성수 심사국장은 “이번 특별 점검은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며, 어떠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탈루 행위 알면 제보 가능…최대 4,500만 원 포상”
관세청은 국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포상 제도도 적극 운영하고 있다. 덤핑방지관세 회피와 관련된 위법 행위를 알고 있거나, 관련 정보를 가진 사람은 누구든지 ‘밀수신고센터(전화 125)’나 관세청 누리집을 통해 제보할 수 있다.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한 경우 포상금이 지급된다. 포상 제도는 공익을 위한 제보 문화를 확산시키고 민관 협력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포상금 제도는 어떻게 운영되나?
관세청의 「밀수 및 탈세신고 포상금 지급에 관한 훈령」에 따르면, 탈루 행위 신고 포상금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심의 과정을 거쳐 지급된다. 먼저 포상금은 탈루된 세액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하며, 보통 5%에서 10% 이내의 범위에서 산정된다. 다만, 구체적인 지급 금액은 각 사안의 경중에 따라 관세포상심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포상금이 지급되기 위해서는 ▲제보한 내용이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사실로 인정되어야 하며, ▲실제 범죄의 적발 또는 수사 개시에 실질적인 기여가 있어야 한다. 또한 ▲탈루된 금액이 일정 기준 이상이어야 하고, ▲기타 위원회가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반대로 포상금 지급이 제외되는 경우도 명확히 규정돼 있다. 예컨대 ▲조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경우, ▲이미 관세청에서 인지하고 있었던 사건에 대한 중복 제보, ▲탈루 금액이 100만 원 미만으로 경미한 경우, ▲공무원이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하여 제보한 경우 등은 포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관세청은 내부 고발자에게는 최대 4,500만 원, 일반 제보자에게는 최대 3,000만 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으나, 이는 대표적인 안내 예시일 뿐 실제 지급 여부와 금액은 심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편, 관세청 시스템도 대대적 개선…전자통관시스템 ‘유니패스’ 전면 교체
이번 반덤핑 점검에 맞춰 관세청은 행정 시스템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전자통관시스템 전면 개편에도 나섰다. 관세청은 2023년부터 약 2년에 걸쳐 ‘관세정보시스템 전산장비 전면 교체 및 전환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그 결과 올해 3월 새로운 전자통관시스템 ‘유니패스(UNI-PASS)’의 개통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유니패스는 수출입 통관, 물류 관리, 세금 징수, 여행자 통관, 위해물품 차단 등 관세청의 핵심 업무 전반을 처리하는 한국형 전자통관 인프라다. 기재부, 산업부, 국토부 등 관계 부처를 포함해 약 135개 공공기관 및 26만 개 수출입 업체와 연계되어 있는 이 시스템은 우리나라 무역·물류의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이번 개편 사업은 총 1,06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어, 노후화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전면 교체하고, 데이터 처리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해 마약 탐지, 밀수물품 선별 등의 분야에서 지능형 관세행정이 가능해졌으며, 데이터 분석 능력도 2.7배 향상되었다.
실제로 수입신고서 자동 처리 속도는 기존 24.1초에서 9.7초로 약 2.5배 빨라졌고, 수출신고서는 1.8배, 환급신청서는 1.6배 향상되었다. 공공 데이터 동시 처리 능력도 분당 30만 건 수준으로 3배 향상되면서, 화물 통관정보 등 공공서비스가 훨씬 더 신속하게 제공될 수 있게 되었다.
관세청은 시스템 개통 이후에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철저한 사후 관리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발생 가능한 오류나 장애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 중이다. 고광효 관세청장은 “유니패스는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 대한민국 무역과 물류의 대동맥”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의 관세행정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