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행정부 기능 마비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전격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없는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되며, 단지 대통령의 권한 행사 여부를 넘어 헌법의 실질적 작동과 민주주의 원칙 전반을 시험하는 중대한 계기로 평가된다. 이후 국회는 이를 문제 삼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가결시켰으며, 헌법재판소는 본격적인 탄핵심판에 착수하게 되었다.
이번 탄핵심판은 단순한 정치적 갈등의 차원을 넘어서서, 국가 긴급권의 남용 여부, 삼권분립의 원칙 침해, 헌법상 권리·자유의 보장과 같은 핵심 헌정 원리들의 존폐를 가르는 중대한 법적 분수령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향후 유사한 국가비상사태 상황에서 어떤 절차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지에 대한 중대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윤 대통령에 대한 최종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이번 심판에서는 다섯 가지 핵심 쟁점이 주요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며, 이 중 어느 하나라도 헌법 또는 법률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 인정될 경우 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다. 그 쟁점들은 계엄선포 요건의 정당성, 입법부 봉쇄, 언론·집회의 자유 침해, 선거기관의 독립성 훼손, 정치인 체포 시도 등이다.
1. 계엄선포 요건 충족 여부: 헌법 제77조의 적용 범위
윤 대통령 측은 당시의 정치적 상황—야당의 탄핵 연쇄 발의, 예산 전액 삭감, 입법 강행 등이 국가기능의 중단으로 이어질 위기였다고 판단하며, 이를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으로 해석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 제77조는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계엄선포의 전제조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이 조항에 근거해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국회와 다수의 헌법 전문가들은 이를 명백한 과잉해석이자 권한 남용으로 보고 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국무회의 절차의 형식화이다. 법적으로 국무회의는 계엄선포의 필수적 사전 심의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회의는 단 5분 만에 종료되었고 회의록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심의 절차가 무력화된 상황은 헌법 제77조 제2항 위반 소지가 있으며, 국가긴급권 행사에 있어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 중대한 사유로 판단될 수 있다.
2. 포고령 제1호의 위헌성: 입법권 정지와 표현의 자유 침해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발표된 포고령 제1호는 국회의 정치활동을 전면 중단시키고, 정당과 언론, 시민의 집회 활동을 제한하는 강력한 통제 조치를 담고 있었다. 헌법 제40조가 보장하는 국회의 자율성과 제21조가 보장하는 언론·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계엄하에서도 이러한 권리들은 제한적으로만 규제되어야 하며, 그 범위는 법률상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윤 대통령 측은 이 포고령이 상징적 조치에 불과했으며 실질적 집행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국회의사당 주변에 배치된 계엄군과 통제선 설치, 언론에 대한 사전검열 시도 등으로 볼 때 실제 집행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5.18 판례에서 “입법부 활동의 실질적 제한은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명시한 바와도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3. 국회의사당 봉쇄와 입법권 침해 문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윤 대통령이 계엄군을 통해 국회 의사당을 물리적으로 점거하고 의원들을 끌어낼 것을 지시했다는 증언을 했다. 이러한 지시는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입법부의 독립성을 명시한 헌법 제40조와 권력분립의 근본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통령 측은 이 같은 조치가 질서 유지를 위한 통제였으며, 실질적으로 국회의 표결이 이루어졌음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계엄 해제 의결 직전 국회의 긴박한 출입 제한과 군의 배치는 의원들의 입법 활동에 심대한 압박을 가했으며, 이는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왜곡시킨 중대한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4. 선거관리위원회 압수 시도: 선거제도 독립성과 민주주의 원칙 침해
비상계엄 하에 계엄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실에 진입해 전산 데이터를 확보하려 시도했다. 이 조치는 선거제도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명시한 헌법 제114조 및 선거 관련 법률들을 심각하게 위반한 사례로 해석된다. 선관위는 선거의 공정성과 국민주권을 보장하는 핵심 헌정기관으로, 그 독립성은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대통령 측은 선관위 보안에 대한 정기적 점검 차원의 조치였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이 조치가 영장 없이 이뤄졌고 군 병력이 동원되었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행정점검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특히 계엄군이 선거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 정황이 존재할 경우, 이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제도를 위협하는 중대한 위헌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5. 정치인 체포 시도와 내란죄 구성 가능성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작성한 ‘체포 대상자 메모’에는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의 실명이 기재되어 있었으며, 윤 대통령으로부터의 지시를 받고 작성되었다는 증언도 존재한다. 이는 계엄권을 이용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사법절차 없이 제거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이어지며, 권력남용과 사법권 침해라는 이중의 위헌성을 지닌다.
대통령 측은 이러한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해당 문건의 진위와 작성 경위에 대한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5.18 판례에서 “사법기관에 대한 통제 시도 역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는 기준이 있었던 만큼, 영장 없는 체포 계획이 구체적으로 입증될 경우 이는 내란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6. 5.18 판례와의 구조적 유사성과 법리적 적용
1980년의 5.18 내란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이번 사건과의 구조적 유사성을 보여준다. 당시 대법원은 ‘국가기관 기능 마비를 통한 헌정질서 전복’을 내란죄로 규정하였으며, 계엄권을 이용한 정치적 목적의 달성이 내란죄로 간주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12.3 사태의 경우 계엄은 단 6시간 만에 해제되었으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진 국회 봉쇄, 선관위 장악 시도, 정치인 체포 계획 등은 그 목적성과 실행의 구체성에서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이처럼 시간의 길이가 아닌, 행위의 중대성과 헌법기관 기능 마비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이라는 점에서, 헌법재판소는 5.18 판례를 주요 법리적 토대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 헌재의 결정은 민주주의 방어선의 향방을 가른다
2025년 4월 4일로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선고는 단지 한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짓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원칙의 생존 여부를 가늠하는 역사적 기로다. 계엄선포의 요건 미비, 국회의 기능적 봉쇄, 독립기관에 대한 부당한 간섭, 정치적 반대세력 탄압 시도 등은 개별적으로도 중대한 위헌 사안이지만,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12.3 사태는 헌정체제 전체를 위협한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판결은 향후 국가비상권 발동 시 대통령의 권한 범위와 그 한계를 명확히 설정하는 법적 선례가 되며, 한국 민주주의가 권력의 남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어체계를 갖추었는지 여부를 세계에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