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청문회 ‘개최 무산’…국민 알권리 막는 국회 공전

‘20일’ 줄어드는 사이 검증 기회 증발… 직무대행 주재론까지

 

 

지난 19일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자료 제출 문제로 개회 직후 1시간 반 정도 공방만 이어지다 사실상 개최되지 못했다. 특히 자료 제출 공방으로 청문회가 끝내 열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후보자 검증이 공백에 빠지고 국민의 알 권리도 훼손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위원회가 장기간 공전할 경우, 위원장이 개회·의사진행을 거부·기피하면 여당 간사가 직무를 대행해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온다.


‘20일’의 법정 시한

 

청문회가 열리지 못해 검증이 멈춘 상태가 이어질수록, 문제는 ‘정치적 공방’에만 머물지 않는다. 법이 정한 처리 시한이 다가오면, 국회가 검증을 완결하지 못한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법은 국회가 인사청문을 무기한 끌지 못하도록 국회 전체 처리기간을 20일로 못 박는다. 국회는 임명동의안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인사청문회법 제6조 제2항).

기준일은 통상 ‘국회 접수(제출)일’이다. 따라서 청문 일정이 공전하면 공전할수록 ‘20일’은 줄어들고, 그만큼 국민이 청문 과정을 통해 후보자를 검증할 기회도 좁아진다. 이런 배경에서 일각의 ‘직무대행을 통한 회의 진행’ 같은 강경론도 힘을 얻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10일’ 재송부 요청, 하한은 따로 없다

 

국회가 20일 내에 인사청문을 끝내지 못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한 경우, 대통령은 20일 기간의 다음날부터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 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인사청문회법 제6조 제3항).

이 조항은 적용 대상을 별도로 열거한다. 국무위원(장관)·검찰총장·국세청장 등 ‘헌법재판소재판관등’ 후보자에 대해 작동하는 구조다. 중요한 점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라는 문언이다. 상한(최대 10일)만 규정되어 있고 하한(최소 며칠)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형식상 ‘기간’을 정해야 하므로 0일은 성립하기 어렵지만, 조문만 놓고 보면 1일처럼 짧게도 설정 가능하다. 실제 운용에서는 정치적 부담과 협상 여지가 변수로 작동한다.

또 제6조 제4항은 제3항에서 정한 기간 안에도 보고서 송부가 없으면 임명권자가 보고서 없이도 임명·지명할 수 있는 근거를 둔다. 국무위원(장관)은 ‘임명동의(국회 표결)’ 대상이 아니라 인사청문 대상이어서, 청문회가 열리지 못하거나 보고서가 채택·송부되지 않더라도 법정 시한(20일) 경과 뒤 재송부 요청 절차를 거치고도 송부가 없으면 대통령이 보고서를 기다리지 않고 임명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반대로 헌법이나 개별법에서 국회 임명동의가 필수인 직위는 ‘보고서 채택’과 별개로 본회의 동의가 전제되므로 같은 방식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다.


회의는 열렸지만 ‘청문회 실시 안건’은 미상정

 

인사청문회는 대개 상임위원회(또는 인사청문특위)에서 열린다. 쟁점은 회의를 개회해 놓고도 인사청문회 실시 안건을 상정하지 않아 절차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경우다. 이번 이혜훈 후보자 청문회도 ‘회의는 개회했으나 청문회 안건 상정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청문이 진행되지 못한 사례로 분류된다. 이때 여당은 회의가 개회된 뒤에도 의사진행이 멈춰 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국회법상 위원장 직무대행 규정을 근거로 든다. 위원장이 개회 또는 의사진행을 거부·기피하고, 직무대리자도 지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위원장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 소속 간사 가운데 의석이 가장 많은 교섭단체의 간사가 위원장 직무를 대행하도록 한 조항이다(국회법 제50조 제5항).

구조상 위원장이 야당 소속인 경우, 여당 간사가 ‘직무대행’의 주체가 될 여지가 생긴다. 이 경로가 열리면 다수파는 의사일정 채택과 인사청문회 실시 안건 상정을 통해 청문 절차를 전진시키려는 선택지를 갖게 된다.


제도는 있어도 검증은 멈춘다…파행을 키우는 극한 여야 갈등

 

법에는 ‘20일’과 ‘10일’이라는 시한, 그리고 위원회 운영을 위한 직무대행 장치가 있다. 그럼에도 청문회가 멈추는 장면이 반복되는 이유는 대개 같다.

첫째, 자료 제출이 충돌 지점이 된다. 야당은 핵심 자료가 없으면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여당과 후보자 측은 공개 청문회에서 검증을 진행하자며 맞서는 구도가 반복된다. 둘째, 증인·참고인 채택과 검증 범위를 둘러싼 협상도 청문회 개최를 좌우한다. 셋째, 위원장이 의사일정 상정 자체를 미루면 다수파가 절차적으로 대응할 수는 있어도, 강행의 정치적 비용이 커진다.

이번 이혜훈 후보자 청문회 파행은 극한의 여야의 대립과  구조적 갈등이 법정 시한과 맞물리며 양측의 정국 부담을 키우는 전형적 사례로 읽힌다. 다만,  청문회가 파행을 거듭하면 후보자는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해명할 기회를 잃고, 국민은 쟁점을 직접 확인할 정보 접근 기회와 후보자 검증의 장을 함께 놓치게 된다. 청문회가 ‘열리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제도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검증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의사일정 합의 관행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